서울 목동에 살고 있는 저는 얼마전 태어난 조카님 덕분에 어머니가 조카의 집근처인 산본으로 이사를 하시고
살던 집에 혼자남아 본의 아니게 자취생이 되었습니다.-_-;
원래 4가족이 살던 집에 혼자 덩그러니 남게 되자 방도 남고;;; 해서 친구들을 매일같이 불러서 지지고볶고 늦었다 싶으면 재우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지
어언 2개월 즈음.. 슬슬 인스턴트 식품과 사먹는 밥이 질리기 시작합니다.
약 20년을 살던 동네의 익숙함이 너무나 편안해 부모님을 따라 이사가지 않아 이산가족이 되었지만 가족은 역시 붙어있어야 하는가 봅니다.
가족이 보고싶고 집밥이 그리워 일요일에는 어머니 댁에 가서 자고 월요일에 출근을 합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의 출근시간은 8시..아직 연차가 얼마 안되기 때문에 7시 반까지는 들어가려합니다.
그런데 그 시간을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닙니다.
집에서 산본역까지 걷기도 버스타기도 애매한데다가 6시 조금 넘은 시간엔 버스도 잘 없고..
지하철 운행시간만 따지면 41분이지만
역까지 가는시간+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수고스러움+ 어두컴컴한 지하를 간다는 거부감+ 환승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저는 빨강색 광역버스를 이용합니다.
집에서 나와 회사에 출근도장을 찍는 순간까지 50분이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버스를 타는데도 두가지 커다란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오지않는다는것, 자리가 없다는 것.
버스 도착시간이 ±5분 정도 되다보니 아침시간 조금 꾸물거리다 보면 제 시간에 맞춰나가도 버스정거장이 휑~한 경우가 있습니다.
다음차를 기다리자니..50분 후에 온다고 써있습니다.
꽁수를 부려 택시타고 버스를 잡아보려 해도 버스가 워낙에 폭주를 하는 통에 신호 몇 번 잘못 받으면 택시를 타도 쉽게 따라잡지 못하더군요;;
어찌어찌 버스를 타게 되어 보면..두번째 애로사항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만원버스..
가감속과 도로상황을 예측할 수 없는 버스의 특성상 만원버스는 만원지하철보다 훨씬 힘들고 위험합니다.
도착해서 내려보면 다리가 후들거려 아침부터 짜증스러움에 고민을 시작합니다.
'승객이 이렇게나 많은데 40~50분 하는 배차간격을 20~30분으로만 줄여도 이 사람들은 모두 안전하고 편안하게 앉아서 갈 수 있는 것 아닌가..??'
버스회사에 민원을 넣어보지만 증편은 회사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아니라고 합니다.
서울시에서 경기광역버스의 진입 및 증편신청을 대부분 부동의 하기 때문인데요.
서울시에서 교통의 질을 위해 설정해놓은 적정 편수를 넘어서는 숫자의 버스는 허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서울 외곽지역에서 경기버스에서 내려서 서울버스나 지하철로 환승해 이용하라는 말과 함께 경기버스 서울진입 적정 거리를 설정해
운용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내의 교통상황을 위해 제한한 조치 같지만 서울시의 속내는 따로 있습니다.
서울시의 버스재정지원금 규모는 2008년 1894억, 2009년 2900억, 2010년 약 3700억원 가량입니다.
우리가 내는 버스요금은 대부분 교통카드로 지불되며 이는 서울특별시 버스운송사업조합에서 수금합니다.
이후 환승요율 및 배차대수에 비례하여 버스회사로 지급되는 것이지요.
해마다 버스재정지원금으로 지출되는 돈은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데 경기버스가 도심까지 진입하여 서울버스의 이용률이 떨어지게 되면
요금수입저하로 인해 시 재정에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됩니다. 이런 상황을 서울시는 필사적으로 막아야 하겠지요.
적자규모가 전국 최고임에도 버스회사로 지급되는 표준 운송원가가 지나치게 높은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서울시민의 돈주머니가
줄줄 새고있다고 보면 되는데
문제는 버스재정지원금으로 새는 금고를 채우기 위한 댓가로 수많은 서울에 직장을 가진
근로자들의 안전과 불편이 담보되어야 하고 좀 무리한 넘겨짚기 인지는 몰라도 버스회사와 서울시 사이에 이런 비상식적인
거래에 불법적인 요소는 없었는지 의심해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침에 버스를 타보면 대체로 20대 후반~40대 초반의 승객들이 타고 있습니다.
1940년대~50년대 생일자의 인생선배들로부터 대한민국 경제를 토스받아 열심히 스파이크를 때리고 있는 20~40대의
우리나라 경제의 주역들은 학교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면서, 또는 결혼하고 살림 차리고 아이 키우는데 경제적인 문제로 서울 직장 가까운 곳에
집을 얻지 못하고 인근 신도시나 중소도시에 살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과 탁상공론으로 세월 까먹고 있는 공무원들 때문에
직장에서 흘려야 할 땀방울을 출퇴근길에 쏟지 않아야 할 것이고, 서울시는 구멍난 버스재정지원금에대한 근본적인 오류를 수정하고
구멍난 곳간을 채우기 위한 담보로 잡고 있는 승객들의 안전과 편의를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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